양태오 디자이너와 #내일의_공예① 지우산의 재발견

60년째 지우산을 만들고 있는 윤규상 장인을 만나기 위해 양태오 디자이너가 전주를 찾았다. 장인이 지우산을 만드는 과정을 관찰하고 함께 만들어보면서 한국의 전통공예와 지우산의 현재를 점검하고 미래를 그려보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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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오 디자이너의 한옥에 설치된 지우산 파라솔. 디자이너는 과거의 물건인 지우산이 현대의 일상에서 실용적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이 더 특별한 미적가치를 부여한다고 말한다.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리빙센스>가 디자이너 양태오, 재단법인 예올과 함께 한국 전통공예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한 ‘내일의 공예’ 프로젝트를 시작합니다. 전통문화를 바르게 이해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일에 힘쓰는 단체 예올, 우리의 전통을 토대로 세계에서 인정받는 동시대적 미감을 구축하고 있는 양태오 디자이너, 그리고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리빙센스>가 의기투합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로, 우리의 전통 문화유산을 지키고 이어오는 장인을 만나 한국 공예의 미래를 그려보고 그 현대적 쓰임을 구체화할 예정입니다.

 

윤규상 장인이 제작한 지우산을 쓴 양태오 디자이너.

윤규상 장인이 제작한 지우산을 쓴 양태오 디자이너.

 

 

지우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입장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다는 킨포크 도산의 <킨포크 앳 홈>展에서 유럽 디자이너들의 명품 가구와 어깨를 나란히 한 지우산 파라솔이 화제다. 서양의 가구들과 함께 전시되어 있지만 이질감 없이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표현한다는 평가다.

전시를 큐레이팅한 양태오 디자이너는 자신이 살고 있는 한옥에서 예전부터 지우산 파라솔을 사용하며 그 정취를 즐기곤 했는데, 이번 전시에 그간의 경험을 녹여낸 것이다.

대나무를 가늘게 깎은 대오리를 엮고 종이를 바르고 기름을 먹여 만드는 지우산은 많은 이들이 일본의 전통 우산이라고 잘못 알고 있지만, 아시아 전역에서 사용하던 흔한 우산 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옛날부터 전북 전주를 대표하는 토산품이었다.

전남 담양에서 자란 대나무와 전주에서 생산된 종이에 장인의 솜씨가 녹아들어 멋들어진 지우산이 탄생했는데, 제대로 마른 대나무 손잡이와 정교하게 맞물린 대오리가 만들어내는 선은 잘 만들어진 공예품의 미학을 보여준다.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전주에는 30여 개의 우산 공장과 수많은 장인들이 종이우산을 만들었지만 그 전성시대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기술이 발전하고 가볍고 물에 강한 소재가 등장하면서 지우산은 점점 자취를 감추게 되었고, 더 이상 주변에서 지우산을 들고 다니는 사람을 볼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 명맥을 이어가는 사람이 있다. 국내에 단 한 명뿐인 지우산 장인 윤규상 씨다. 전북무형문화재 제45호 우산장인 그는 2015년 (재)예올이 뽑은 올해의 장인에 선정되었다. 후계자인 아들과 함께 오늘도 전통 지우산을 제작하며 우리의 전통 유산을 지켜오고 있다. 

 

한지와 대나무라는 자연 소재, 햇살이 만나면 지우산만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만들어진다.

한지와 대나무라는 자연 소재, 햇살이 만나면 지우산만의 서정적인 감수성이 만들어진다.

 

 


지우산의 대오리와 실이 만나면 아름다운 기하학무늬가 만들어진다. 대나무, 한지, 명주실 등 자연 재료로 만들어지는 지우산은 친환경 생활용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우산의 대오리와 실이 만나면 아름다운 기하학무늬가 만들어진다. 대나무, 한지, 명주실 등 자연 재료로 만들어지는 지우산은 친환경 생활용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우산 꼭지에 홈을 판 후에는 햇볕에 말린다.

우산 꼭지에 홈을 판 후에는 햇볕에 말린다.

 

 

 

 

우산에 사용할 한지를 자르는 모습. 재단 도구도 직접 만들었다.

우산에 사용할 한지를 자르는 모습. 재단 도구도 직접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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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서 지우산 그늘 아래 대오리를 만들 대나무를 자르는 장인. / 윤규상 장인은 지우산을 만드는 일은 비록 고되지만, 그저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해올 수 있다고 말한다.

 

 

백 번의 손길을 거쳐 탄생하는 우산


윤규상 장인은 지우산을 만들기 위해 1년을 내다보고 준비한다. 매년 가을이면 질 좋은 대나무를 구하기 위해 담양의 대나무 숲을 방문하고, 잘 뜬 한지를 찾아 전주 외에도 괴산, 안동 등 전국의 한지 공장을 찾아다닌다.

대나무는 수개월의 시간이 흘러 적당한 무르기로 마르면 자르고, 쪼개고, 깎아 폭 3mm의 대오리로만든다. 우산을 접었을 때 대오리끼리 들뜨지 않게 하려면 대나무 하나하나 잘라서 깎은 순서가 뒤바뀌지 않도록 묶어두고 표시해두는 게 고급 기술이다.

대오리를 모아주는 우산 꼭지는 주로 때죽나무로 만드는데 작은 원형의 나무에 36~70개의 홈을 파내는 것이 여간 힘든게 아니다.

“예전에 우산 공장에서 일할 때는 모든 작업이 분업화돼 있었거든요. 공장에서 대오리, 꼭지 등 부품을 받아다 썼는데 이제는 다 없어져서 모든 걸 다 직접 만들어야 해요.”

결국 윤규상 장인은 홈을 파거나 나무를 깎고 다듬는 도구 등을 스스로 연구해서 개발했다. 대오리가 완성되면 그 양끝에 실을 꿰기 위한 구멍을 뚫는다. 그다음 꼭지의 홈에 대오리를 끼우고 순서대로 실을 꿰면 우산의 얼개가 만들어진다.

이 역시 대바늘을 이용한 수작업이다. 나이가 나이인 만큼 바늘귀에 실을 끼우는 작업이 점점 버거워질 수도 있는데, 수십 년이라는 시간은 눈을 감고도 해낼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대오리를 다 엮고, 꼭지에 우산대를 끼우고, 미리 잘라놓은 한지를 바르면 얼추 완성이다. 한지에 들기름을 먹이는 과정을 거쳐야 지우산의 진가가 발휘된다.

끓인 들기름을 한지에 먹이고 열흘 정도 온돌방에서 말리면 기름이 끈적거리지 않는다. 들기름을 잘 먹인 지우산은 물방울이 통통 튕겨나가 비가 많이 와도 젖지 않고 뒤집히지 않는다는 게 장인의 설명이다.

 

우산 꼭지의 홈에 맞게 대오리를 끼우는 모습.

우산 꼭지의 홈에 맞게 대오리를 끼우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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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기름을 먹인 후 말리고 있는 지우산. 우산대와 한지 색에 따라 제품의 분위기도 달라진다. / 우산 꼭지에 대오리를 끼워보는 양태오 디자이너. 홈과 대오리가 꼭 맞아떨어지는 정교함에 감탄했다.

 

 

앞으로의 쓸모, 미래의 지우산


양태오 디자이너는 최근 신기한 경험을 했다. 평소 한국의 전통문화와 공예품에 관심이 많았던 그가 자신의 SNS에 지우산으로 만든 파라솔 사진을 업로드했더니 젊은 친구들의 무척 궁금해하고 좋아했던 것.

“이렇게 멋진 우산이 정말 우리나라 물건인지 물어보고 관심을 갖더라고요.”라며 디자이너는 장인에게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었다. 지우산이 쇠퇴하고 손을 놓았던 장인이 우산을 다시 만들기 시작한 것도 지우산의 아름다움에 또다시 끌렸기 때문이었다.

“한동안 잊고 살았는데 우연히 TV 속에서 본 지우산이 너무 예뻤어요.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아따~ 예쁘다!’ 하고 탄성이 나오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이 지우산을 예쁘게 봐주면 희망이 있다고 봐요.”

장인은 지우산을 요즘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작은 우산부터 파라솔까지 다양한 크기의 지우산도 만들고, 지우산의 아름다운 형태를 이용해 조명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어린이를 위한 체험용 만들기 키트를 제작해볼까 고려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조명 전문가가 아닌 우산 장인이 시도하기엔 제작 단가가 너무 높았다. 장인의 고민에 대한 젊은 디자이너의 화답은 이렇다. 


“전통공예 장인께서 현대인의 일상에 접근하는 것만으로 감사한 일이고, 지우산 디자인을 다양한 제품군에 활용하는 것은 저와 같은 디자이너들이 도와드리면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요.”

디자이너는 장인의 작업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다 공예품의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단다. 지우산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그 프로세스를 알게 되니 물건을 쉽게 사서 사용하고, 쉽게 버려도 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사라졌다.

대오리를 감싼 한지에 빛이 통과하면서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감성, 손으로 만드는 물건이 갖고 있는 감성에도 디자이너는 주목했다. 견고하게 제작된 지우산은 잘만 관리하면 플라스틱과 천으로 만든 우산보다 고장이 덜 난다고 한다.

그래서 미학적으로, 기능적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지우산에서 공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낙관했고, 지우산과 같은 공예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거라고 그는 확신했다.

“전통공예품을 어떻게 대중화할지는 아직도 풀어가야 할 숙제지만 지우산이 양산, 파라솔, 인테리어 소품으로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는 행보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장인과의 만남이 그 숙제를 풀어가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것 같아요.” 

 

 

 

 

대오리를 꼭지에 끼운 후 실로 꿰매는 윤규상 장인.

대오리를 꼭지에 끼운 후 실로 꿰매는 윤규상 장인.

 

 

 

 

 

 

 

 

     

     

     



    [출처] 리빙센스(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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