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든 디자이너 이주헌 팀장은 천리포수목원 식물관리팀 소속이다. 충청남도 태안군에 위치한 천리포수목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1970년 설립한 이래 1만 6천여 종의 식물이 식재 되어있는데, 이주헌 팀장의 손을 거쳐 더 아름다워지고 있다.

자연의 풍경을 보고자라 식물을 접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는 이주헌 팀장은 조경학과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식물과 토양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재미를 느꼈던 그는 학부 졸업 후 좀 더 본격적인 조경 공부를 위해 2005년 천리포수목원의 교육생으로 들어간다. 

“목적은 심도 있게 식물을 배워 조경업을 이어나가는 것이었어요. 하지만 천리포수목원에서 교육생으로 있는 동안 식물연구에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을 마치고 관리팀에 남아 수목원 일을 시작했죠.” 처음으로 맡은 일들은 배드 관리였다. 수목원 내의 화단을 도맡아 관리한 지 3년, 천리포수목원 일반인 개장을 앞두고 이주헌 팀장은 더 넓은 경험을 목적으로 이직을 결심한다. 

엔지니어링 회사의 설계팀으로 들어가 설계에서 감리, 시공까지 온갖 도면을 섭렵하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사무실 생활이 편치는 않았다. 현장직으로 이동 후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목말라 하던 차 그에게 천리포수목원에서 정원 조성 제의가 온다. 

“지금 생각하면 필연이었던 거 같아요. 수변 정원과 우드랜드를 만들고 나서 천리포수목원으로 완전히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외부에서의 상업적 경험 덕분에, 더욱 확신을 가지고 천리포수목원으로 돌아온 이주헌 팀장. 그렇게 2014년부터 천리포수목원 내 식물에 관한 모든 것을 총괄하며 핵심인력으로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천리포수목원의 양치식물원
자연기법으로 이루어지는 다양한 식물의 식재 

천리포수목원의 중요 미션는 다양한 식물의 수집, 그중에서도 5가지 핵심 수종을 수집하고 심는 것이 미션인데, 이주헌 팀장이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다. 핵심 수종을 오래 키우기 위해 식재의 위치를 선정하고 보존과 연구목적, 교육목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물론, 더 새로운 정원 조성을 위해 끊임없는 고민을 이어간다. 

식물의 지속적인 연구와 식재 보존이 가능했던 것은 수목원 조성때부터 이어 온 기록들 덕분이라고 이주헌 팀장은 말한다. 1970년대부터 이어진 수목원의 식물연구 일지는 천리포수목원만의 더없이 소중한 유산이자 보물이다. “데이터를 토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잘 자랄 수 있는 나무를 집중 식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연구일지는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어요. 오늘의 날씨와 습도, 식물의 세세한 변화 등 식물과 환경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합니다.” 

천리포수목원은 자연기법에 거스르지 않는 최소한의 관리로 식물의 컨디션을 유지한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주어진 생태환경을 최우선으로 두기 때문이 다. 땅 형질에 맞지 않는 나무를 억지로 심지 않고, 식재에 대한 욕심을 버림으로써 최소의 관리로 유지가 가능하다. 사람 중심의 전정 작업을 하지 않는 것도 천리포수목원만의 자랑이다. 이런 철학을 지키며 수목원과 정원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잃지 않으려는 이주헌 팀장만의 부단한 노력이 있었다. 

“많이 둘러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 전부터 모든 곳곳을 자주 봅니다. 빠지는 부분없이 지켜보면서 어떤 식으로 발전해 나가면 좋겠다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야 해요.” 그렇게 천리포수목원의 많은 공간이 이주헌 팀장의 고뇌 끝에 탄생했다. 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각도,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다르 게 보이는 정원의 형태, 우리가 밟는 땅의 경사, 지형과 눈높이에 따라 수목원은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뽐낸다. 

국내 최대규모 특별한 양치식물원 조성 

천리포수목원 내 그늘정원의 하이라이트인 양치식물원은 나무 중심의 천리포수목원에 필연적인 요소였던 지피식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는 이주헌 팀장의 아이디어였다. 기존에 있던 양치식물원 지형을 그대로 살리면서 사면을 적극 활용하고, 고사목과 위험요소가 있는 교목을 벌목했다. 일조량을 충분히 고려해 배치한 양치식물과 이와도 잘 어울리는 앵초, 복수초, 헐떡이풀 등 다양 한 식물도 함께 식재해 볼거리를 더한다. 총 1천 600㎡의 규모로 100배 가까이 확장한 이 양치식물원 내에서 총 234분류군 8천500개체를 만나볼 수 있다. 

“고사리는 세상에 얼마나 다양한 녹색이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만들어진 식물이라는 말이 있어요. 그만큼 양치식물은 화려하지 않지만, 특유의 존재감으로 남다른 싱그러움을 품고 있죠. 그늘진 곳을 새로운 생명력으로 채워 차별화된 정원이 된 것은 물론, 양 치식물의 지속적인 수집과 전시를 바탕으로 전에 없는 학습공간의 역할을 해나갈 것입니다.” 

다양한 빛과 색으로 담아내는 정원의 풍경 

식물관리팀 리더라는 분명한 역할로 천리포수목원의 곧은 철학을 계승해나가는 이주헌 팀장. 관리자가 아닌 방문객의 시선에서 정원 조성을 고민하고, 수목원에서 전개 중인 교육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해 힐링 매개로서 자연의 역할을 모색한다. 순간의 매혹이 아 닌 바라봄에서 느껴지는 식물의 고귀함을 알리고 싶다는 그는, 좋은 곳에 심어주는 것만으로 우리의 할 일은 다 한 것이라고 말한다.

“산에 자주 오릅니다. 식물은 자연에서 얻어지는 소재이기 때문에 그들이 어떤 곳에서 자라는지 가장 자연스러운 장소에서 관찰하는 것이죠. 자연에서 오는 미학은 절대적입니다. 다양한 소재와 영감에서 오는 아름다움을 쫓고 싶지만, 적재적소라는게 있어요. 부지에 맞는 식물을 식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핵심입니다. 우리는 결코 자연을 거스를 수 없습니다.” 

인상주의를 탄생시킨 모네는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을 주제화해 캔버스에 그려냈다. 이주헌 팀장은 자연이 주는 매 순간의 인상을 정원에 담아 디자인한다. 빛과 바람과 향기, 눈이 담아내는 다채로운 색의 조각들. 그가 전개하는 앞으로의 정원은 영원히 지속되는 풍경으로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가드닝 기자 news@greencoop.kr
 

[출처] 월간 가드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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