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음악만이 구심점 될 수 있어” 부천필 상임지휘자 장윤성

글 김희선 사진제공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의전당 외

포디엄의 지휘자는 얼핏 지휘봉 하나로 수십 명을 이끄는 것처럼 보이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단원들과 관객들, 그리고 조직 전체를 설득하는 순간에 빛을 발한다. 부천필의 새로운 수장인 지휘자 장윤성은 견고한 안정감과 대담한 진력, 열린 귀와 소신 있는 마인드를 가지고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와 음악계를 이끌어 온 리더이다. 이러한 우직한 행보는 부천필의 새로운 도약을 넉넉히 기대하게 만든다.

강렬함으로 새로운 돛을 올리다

지난 6월 1일,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부천필) 제3대 상임지휘자에 장윤성 서울대 교수가 선임되어 3년의 임기를 시작한다는 뉴스는 음악계의 큰 이슈였다. 자연스레 취임 연주회에 이목이 집중되었는데 지난 6월 25일, 부천시민회관 대공연장에서 첫 공연을 가진 후 닷새 후인 30일에는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두 번째 공연을 가졌다.

취임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평범하지 않은 구성이었다. 서곡이나 협주곡 없이 교향곡 두 곡을 커플링했는데 생상스의 ‘교향곡 3번’ <오르간>과 카셀라의 ‘교향곡 2번’이 각각 전, 후반을 채웠다. 두 곡에는 공통점이 있었는데 편성에 파이프 오르간이 들어간다는 점이 그것이다. 특히 이탈리아 작곡가 알프레도 카셀라의 교향곡은 국내에서 거의 연주되지 않는, 많은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선곡이었는데 금관과 타악기의 역할이 돋보이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가지고 있어 화려하고 강렬한 인상을 주는 곡이었다. 부천필은 새로운 상임 지휘자와 함께 공연 내내 대담한 사운드를 바탕으로 집중력 있는 앙상블을 보여 주었다. 한 마디로 결의에 찬 느낌이 드는 호연이었다.

취임 연주회의 프로그램이 독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소한 카셀라 교향곡을 메인 프로그램으로 연주하셨는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곡이었는지요?

제 임기 중 부천필이 맞이하는 큰 변화가 2023년 준공될 부천아트센터에 상주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부천아트센터에는 특별히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되는데 이번 연주회의 프로그램은 그 ‘미리 보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협주곡을 넣지 않은 것은 온전히 오케스트라에 포커스가 맞춰지기 위함이었습니다. 제가 군포필하모닉과 국내 초연했던 카셀라 교향곡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인데 그래서인지 연주 후 색달랐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취임 연주회를 준비하는 과정은 어떠셨나요? 취임 후 첫 연주였지만 안정적인 호흡이 느껴졌습니다.

사실 연습 시간이 촉박한 편이었습니다. 교향곡으로만 채운 프로그램은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오케스트라의 앙상블이 드러날 수밖에 없어 협연이 들어가는 프로그램에 비해 부담이 큰 게 사실입니다. 부천필이 직전에 다른 공연이 있어 리허설을 일찍 시작할 수는 없었지만 역량이 충분해서인지 계획대로 잘 진행된 것 같습니다.

전용홀과 새로운 도약을 꿈꾸다

장윤성 상임지휘자가 임기를 시작한 6월 1일, 부천시는 2023년 개관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는 클래식 특화 공연장(부천문화예술회관)의 명칭을 공모를 통해 ‘부천아트센터’로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장덕천 부천시장은 “이번 부천아트센터의 명칭 확정은 전문 공연장으로서의 시작을 의미한다.”라며 “2023년 개관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라고 밝혔다. 부천아트센터는 1444석 규모의 대공연장과 오케스트라 연습실, 전시실 등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공공기관이 짓는 클래식 음악홀 최초로 파이프오르간이 들어올 예정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만큼 완공 후 부천시의 랜드마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파이프 오르간이 설치된 전용홀이라니 기대감이 클 것 같습니다.

파이프 오르간 설치는 처음 계획에는 없었으나 현 시장님께서 클래식 전용홀로서 활용의 폭을 넓히고자 시의회를 설득하여 용도와 구조를 변경한 후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의 재정이 수 십억 추가로 투자된 것이죠. 부천필로서는 아트센터 안 전용 연습실을 사용한다는 점 또한 고무적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전임 지휘자분들과 단원들이 풀 오케스트라가 지내기에 열악한 환경임에도 말러 전곡 시리즈 등 큰 성과를 이루어 왔습니다. 새로운 연습실은 유리로 만들어진 공개적인 설계라 시민들과의 거리 또한 좁힐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여러모로 아트센터가 준공되는 2023년을 기점으로 부천필이 새로운 도약을 하리라 생각합니다.

그럼 부천필이 새로운 홀의 상주단체가 되는 것인가요?

상주단체란 엄밀히 말하면 홀의 기획과 부천필의 기획 사이에 연동성이 있어야 합니다. 홀 자체 기획이 따로 있고 오케스트라는 매번 대관 절차를 밟아야 한다면 상주단체라고 할 수 없죠. 저는 홀과 예술단의 긴밀한 공동 작업이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는데 그래야 서로 간의 시너지가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천필이 부천아트센터의 메인 예술단으로서 상징적인 역할을 하려면 지금부터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나가야 합니다.

취임 연주회를 마치셨고 이제 본격적인 부천필과의 동행이 시작됐습니다. 우선 올해의 계획은 어떤 것일지 궁금합니다.

시즌 프로그램의 상당 부분이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3번의 정기연주회만 함께 합니다. 하지만 시간적 여유가 있다 보니 오히려 오케스트라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원들의 음악적 성향과 상태, 오케스트라와 시와의 관계 등 여러 가지가 있겠죠.

오직 음악을 중심에 두고 소통해야

취임 연주회를 앞두고 진행한 한 인터뷰에서 장윤성은 “이번에 드는 지휘봉의 무게가 특히 남다르다”라고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작년 불거진 부천필 재단법인화를 둘러싼 내홍일 것이다. 이로 인해 전임지휘자와 단원들의 갈등이 커졌고 10개월 동안 부천필의 상임지휘자는 공석이었다. 부천필 뿐 아니라 예술단의 재단법인화는 늘 갑론을박을 일으키는 화두이다. 민감할 수 있지만 피할 수 없는 질문을 건넸다.

부천필을 아끼는 분들은 최근의 재단법인화 논란을 많이 안타까워하셨을 텐데요, 지휘자님의 이 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떠신지요?

저는 이미 서울시 청소년 교향악단, kbs 교향악단 재단법인화 논란의 중심에 있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예술단의 재단법인화는 지나치게 이슈화가 되거나 열정을 허비할만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간과 감정을 쏟으면 만족할만한 결과가 도출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의 핵심은 재단법인화를 바라보는 시와 예술단 노조 사이의 시각차에서 비롯됩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상대에 대한 이해가 우선시되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패턴은 일반 직장인과 다른데 예를 들어 모든 단원들이 잘 준비된 상태에서 좋은 지휘자와 만나면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연습을 하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행정 쪽에선 출근해 연습실에 머무는 시간만을 근무로 생각합니다. 한편으로 오케스트라가 고급 청중들까지 만족시킬 수 있어야 발전할 수 있는데 이것은 정통 프로그램을 많이 연주해 연주력이 상승해야 가능한 부분입니다. 가벼운 프로그램 위주의 찾아가는 음악회만 많이 하면 연주력을 올리기 어렵죠. 단원들이 이러한 현실을 자각하고 연주 퀄리티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시와 관객들을 설득하고 만족시킬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청중의 수준이 양극화되어 있어서 입문자 아니면 전문가 수준의 애호가로 나뉩니다. 중간층이 없다는 이야기인데 오케스트라가 고정적인 관객을 늘려가려면 좋은 연주력으로 정성이 들어간 연주를 자주 해야 합니다. 목표를 오직 ‘음악’에 맞추고 음악가와 행정가가 소통하며 함께해야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한 가지, 예산이 뒷받침되어야 가능합니다.

결국 돈이 문제라는 말씀인데요.

인건비, 기획료(협연자 섭외)에 과감히 투자해야 결과적으로 좋은 공연, 관객이 호응하는 공연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재단법인화를 하고 안 하고 보다 오케스트라의 발전을 위해 무엇이 가장 좋은 방법일지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부천필은 전용홀에 예산 문제까지 해결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성장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데요, 다음 시즌뿐 아니라 10년의 계획을 세우고 나아가야 장기적인 지속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행정가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은 예술에 대한 ‘의지’ 하나가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모두가 만족할 운영의 묘수는 없을까요?

예술단의 운영에 있어서 어떤 변화를 가져올 때 단원들 마음에 상처가 남아있다면 진정한 성공이라고 하기 어렵습니다. 법인화의 긍정적인 선례가 적은 이유도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표면적인 변화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시스템을 나은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만의 레퍼토리를 발굴해야

부천필은 1989년 제1대 상임지휘자 임헌정의 취임 후 쇤베르크와 바르토크 등 20세기 작품을 초연하고 브람스와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를 성공적으로 해내며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룩하였다. 특히 1999년부터 2003년까지 이어진 말러 시리즈는 한국에서의 첫 시도라는 평가를 넘어 말러의 음악세계를 탁월하게 재현한 곡 해석으로 국내 클래식계에 말러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5년 제2대 상임지휘자 박영민의 취임 후에는 정기연주회와 지속적인 음반 발매(말러 교향곡 6번, 1번, 2번, 9번/ Sony Classical)를 통해 음악적 스펙트럼을 넓혔고 <베스트 클래식 시리즈>, <베토벤 릴레이 시리즈>, <말러 시리즈>, <쇼스타코비치 시리즈>, <바그너의 향연 시리즈>, ,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휘자 장윤성은 그간의 부천필의 음악적 행보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독일, 오스트리아 레퍼토리에서 벗어나 지금까지 잘 다루지 않았던 러시아, 영국 등의 레퍼토리들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한국 고유의 정서를 담은 음악에 대한 애정을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계획을 전했다.

임기 중 레퍼토리의 구성은 어떻게 해나갈 계획이신가요?

고전주의 레퍼토리(모차르트, 하이든, 초기 베토벤)는 음정과 앙상블 훈련을 위해서 꼭 필요하기 때문에 10∼15% 정도 꾸준히 연주해야 합니다. 브람스, 차이콥스키와 같은 정통 레퍼토리도 물론 이어나가야 하고 말러 심포니와 같은 기존 레퍼토리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전체 중 20∼30% 정도는 차별화를 줄 수 있는, 관객들이 잘 들어보지 않은 곡들(초연 포함)을 연주하고 싶습니다. 초연이 의미 있는 이유는 그 자체로 음악 역사에 기록을 남기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지휘자님께서는 펜데레츠키의 ‘교향곡 제5번’ 를 유럽 초연한 경험이 있으십니다.

창작곡 연주에 대한 필요성은 제가 아주 예전부터 주장해 온 이야기입니다. 독일에서 브람스를 연주하는 것과 한국적 정서의 곡을 연주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데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가진 작곡가가 우리의 정서를 주제로 작곡한 작품을 연주할 때 그 파급력은 커질 것입니다. 펜데레츠키의 <코리아>는 국가적 요청으로 작곡됐었고 오스트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작곡가 헤르베르트 빌리가 한국의 '정(情)'을 주제로 쓴 관현악곡은 민간 위촉으로 2004년 내한한 빌리 작곡가의 한국에 대한 기억을 담은 곡입니다. 원래 빌리의 모든 작품은 빈필이 초연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정’은 코로나로 초연(압축판)이 취소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곡 전체를 부천필이 초연해도 된다는 작곡가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예외적으로 한국에서 초연을 허락했다니 놀랍네요. 구체적으로 언제쯤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내년 상반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내년이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의 해이기도 해 빈필 초연을 기다리다가는 시기를 놓칠 수 있어 한국에서 초연할 수 있도록 부탁한 결과입니다. 저는 여기서 나아가 <코리아>, <정>으로 부천필과 유럽 투어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이 곡들은 앞으로 유럽인들이 우리의 연주를 롤 모델로 삼게 될 것이고 부천아트센터 입주 전 부천필이 국내외적으로 부각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빌리의 <정>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자비심, 깨어나라’ 등 우리말의 소제목을 가지고 있는 우리 정서 그대로를 표현한 곡으로 <빌리 소사이어티>-작곡가 빌리가 한국을 소재로 작곡하도록 기획한 프로젝트-의 성과 중 하나입니다. 부천아트센터에 들어간 후 이 곡들을 제대로 녹음해 앨범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이러한 창작곡을 가지고 하는 일련의 계획들을 부천필과의 메인 프로젝트로 추진해나갈 예정입니다.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려면

장윤성은 한 인터뷰에서 “시에서 예산을 받고 운영하는 악단에는 저변을 확대할 의무가 있어요. 연주력과 인지도를 동시에 키워야 합니다. 뭐든 해야죠. 클래식이 아니라 트로트를 연주할 수도 있어요. 유튜브에도 출연할 계획입니다.”라며 대중에게 사랑받는 오케스트라가 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더불어 ‘오케스트라 5단계 운영론’을 제시했는데 정통 클래식을 연주하는 정기 음악회부터 지휘자가 직접 해설을 해주는 고품격 해설 음악회와 대중적인 해설 음악회, 청소년을 위한 음악회, 영화·뮤지컬 등 크로스오버 음악회까지 공연의 목적과 관객 등을 고려해 기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에 거점을 둔 오케스트라는 공연 기획에 있어서 어떤 것을 우선시 해야 할까요?

시립 오케스트라의 경우, 각자 속한 도시의 다양한 요구가 무엇인지 알고 개선할 일, 개도할 일, 순응할 일, 봉사할 일을 아는 것이 먼저입니다. 오케스트라에게 전문성과 대중성은 항상 요구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도시에 맞는 모델을 찾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기획력과 함께 오케스트라가 사랑받기 위해선 또 무엇을 갖추어야 할까요?

무엇보다 뛰어난 연주력이 우선이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이것이 기반이 안되면 사상누각이 될 수 있죠. 연주력이 뒷받침되면 대중적 접근이나 온라인상의 그 어떤 활동도 아름답게 꽃을 피울 수 있다고 봅니다.

다양한 경험에서 오는 균형감각

지휘자 장윤성의 경력을 들여다보면 무엇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도 소신 있는 행보가 눈에 띈다. 작곡 전공에서 지휘로 전향한 후 오스트리아 빈으로 유학한 그는 프로코피예프 국제 지휘자 콩쿠르 부상으로 러시아 연수의 기회를 얻게 되는데 당시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일리야 무신으로부터 지휘의 기본기부터 해석까지 많은 영향을 받는다. 이로써 독일어권과 러시아권, 양 대륙의 클래식 문화를 익힌 장윤성은 귀국 후 시립교향악단과 민간 오케스트라를 두루 거치며 각각의 장단점과 어려움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에 교향악뿐만 아니라 오페라 경험이 풍부한 것도 지휘자로서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오케스트라 음악을 만드는 요소인 작곡가, 지휘자, 오케스트라가 어떻게 어우러질 때 감동을 주는 연주라는 결과물이 탄생할까요? 해석의 방향과 지휘자의 역할, 단원이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요?

지휘자의 의무는 작곡가가 요구하는 기능적 측면-악상, 리듬, 템포 등-을 연주자들이 잘 합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과 음악적 측면-기능적 측면을 통해 얻어지는 해석-을 연주자들에게 소개하고 합주를 통해 그것을 실현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능적 측면을 하려다가 음악적 측면를 놓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반대로 음악에 치중한 나머지 기능을 방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지휘자나 단원 모두 수많은 작곡가들의 다양한 표현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기에 시대적으로나 양식적으로 폭넓은 음악적 소양을 쌓아야 합니다.

교향곡과 오페라를 지휘하실 때 공통점과 차이점이 존재하나요?

개인적으로 교향곡도 오페라처럼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는 음악으로 이해하고 다가가서인지 공통점을 많이 발견하는 편입니다. 모두 기승전결과 희로애락, 드라마가 존재하니까요.

앞서 작품성이 있으되 잘 연주되지 않는 곡들을 발굴하는 데 의미를 둔다고 하셨어요. 생소한 곡을 소개할 때 어떤 부분을 염두에 두시나요?

지난 교향악축제에서 부천필과 연주할 때도 라흐마니노프의 교향곡과 함께 많이 연주되지 않는 리스트의 서곡 ‘마제파’를 프로그램에 넣었고 다가올 정기연주회에서는 드보르작의 서곡을 초연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 교향악단의 선곡이 좁은 편이라 좀 더 다양한 작품을 연주해 레퍼토리를 넓히고 싶은 마음이 늘 있습니다. 여기에도 적절한 밸런스가 필요한데 익숙하고 자주 연주되는 작품과 함께 올리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2021 부천필 교향악축제 in 예술의전당

미래 세대를 위해 해야 할 일

현재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경기필하모닉 등은 외국인 지휘자가 이끌고 있거나 이끌 예정이다. 장윤성은 현재 국내 대표 교향악단 중 유일한 한국인 상임지휘자인 셈이다. 코로나 이전이라도 해외에 거점을 둔 외국인 지휘자가 오케스트라를 위해 공연 외적인 부분에 물리적, 정신적 노력을 쏟기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 그도 이러한 의견에 공감하며 단원들과 긴밀히 소통하며 장기적인 성장을 도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그 계획에는 반드시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2019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셨다가 부천필 취임으로 휴직하셨는데 교육자로서 느끼신 부분들은 또 다를 것 같습니다.

지휘 전공의 경우 굉장히 적은 인원이고 그만큼 우수한 학생들이지만 좋은 지휘자가 만들어지기엔 아직까지 척박한 상황인 게 사실입니다. 경쟁력 있는 커리큘럼을 만들고자 노력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더군요. 독립된 전공인만큼 앞으로 그에 대한 연구와 환경이 충분히 갖추어져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기의 출발점에서 부천필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요?

지역 예술단으로서 연주력 좋은 악단으로 불리는 것과 더불어 후배 양성과 교육의 역할을 키워갔으면 합니다. 미래의 훌륭한 단원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악기와 교육 지원이 뒷받침되어 야 하는데요, 이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아이들도 재능이 있다면 음악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외국 오케스트라의 아카데미처럼 부천필의 고급 인력들이 투입되어 음악 인재를 양성한다면 부천시 입장에서도 예술 인재 양성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지역 음악인을 우리 지역에서 직접 길러 보자는 마인드인데 오케스트라를 활용한다면 관현악뿐 아니라 지휘자 양성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지휘자의 정의를 내려주신다면요?

음악에 있어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자신감을 가진 지휘자, 해석하고 전달하는 능력에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인격까지 갖춘 지휘자가 좋은 지휘자라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런 지휘자가 되도록 늘 노력할 것입니다.

지휘자 장윤성은 서울대학교 음악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지휘 전공 수료 후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악대학 유학 중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제1회 프로코피예프 국제 지휘자 콩쿠르 2위에 입상하며 본격적으로 지휘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펜데레츠키 ‘교향곡 제5번’ 를 유럽 초연하였으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일본 도쿄 심포니, 오스트리아 빈 콘서트 페라인, 독일 로베르트 슈만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켐니츠, 이탈리아 로마 심포니 오케스트라, 스페인 오케스트라 클라시카 산타 세실리아 마드리드, 헝가리 MAV 심포니 오케스트라, 체코 프라하 방송교향악단, 야나체크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폴란드 크라크푸 라디오 심포니 등 국제적인 명성의 유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였다.

또한 독일 뉘렌베르그 심포니와 독일 4개 도시 순회, KBS 교향악단 일본 순회,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 오케스트라 한국 순회, 체코 브루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순회, 유니버설 발레단과 영국 새들러스 웰즈 극장, 미국 시카고 리릭 오페라, 캐나다 밴쿠버 퀸 엘리자베스 극장 발레 공연, 서울시립오페라단 오사카 순회 등 심포니, 발레음악, 오페라에 이르는 연주 투어의 지휘봉을 잡았다.

장윤성은 오스트리아 Neustudio Bühne에서 모차르트 <카이로의 거위> 지휘를 시작으로 <피가로의 결혼>, <돈 조반니>, <코지 판 투테>, <마술피리>, 로시니 <결혼 청구서>, <세비야의 이발사>,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 도니체티 <사랑의 묘약>, 베르디 <리골레토>, <라 트라비아타>, <운명의 힘>, <나부코>, 푸치니 <일 트리티코>, <나비 부인>, <라 보엠>, 비제 <카르멘>, 브리튼 <한여름 밤의 꿈>, 오네게르 <화형대 위의 잔다르크> 등을 지휘하여 오페라 지휘자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그는 일본 오사카 칼리지 오페라하우스 전임지휘자, 울산시향 상임지휘자, 창원시향 상임지휘자, 대전시향 상임지휘자, 군포프라임필의 전임지휘자 등을 역임하였고 일본에서 음반을 발매하였다. 현재 서울대학교 음악대학 작곡과 지휘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1년 6월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 제3대 상임지휘자로 취임하였다.